저도 종별 대회 후기... #1
전이삭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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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2 01:28
때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의 해, 새로 전학 온 국민학교에는 양궁부가 있었습니다.
양궁부 아이들이 활 쏘는 모습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보곤 했습니다.
처음 본 활은 꽤나 컸습니다. 그림이나 영화를 통해서만 보던 활 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있으니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담임 선생님께서 양궁을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권하셨습니다. 그 때는 제 키가 반에서 가장 컸던 것이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다른 반 담임 선생님이셨던 감독 선생님을 찾아가서 몇 가지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감독 선생님이 무섭다고 소문나 있었고, 운동부 생활이라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나도 활을 쏠 수 있다.' 는 생각 밖에는 없었나 봅니다. 그렇게 활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매일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에 잠시 들려서 옷을 갈아입기가 무섭게 한걸음에 뛰어서 활을 쏘러 갔습니다.
합숙 훈련도 하고, 서울시 대회에도 나가고, 추운 겨울에도 실내에서 활을 쐈습니다. 즐거운 추억들이 참 많았지요.
활 쏘는 재미에 푹 빠져서 지냈던 시절이었습니다.
6학년 쯤에 아버지의 권유로 운동을 그만두고 활을 잊어버리고 지냈지만, 가끔씩 꿈속에서 활을 다시 쏘는 꿈을 꾸곤 했습니다.
'언젠가는 꼭 다시 활을 쏠 기회가 있겠지…'
마음 속으로 다짐을 하곤 했습니다.
…
그 때 그 꼬마가 이제는 서른 살이 되었습니다.
마치 19년 전 봄에 그랬던 것처럼, '활을 다시 쏘고 싶다.' 는 생각만으로 영학정을 찾았습니다.
익숙한 다다미 냄새, 그리웠던 활과 화살… 그리고 무엇보다도 참 좋은 분들을 만나서 기뻤습니다.
따뜻한 햇살 아래서 활 시위를 당기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하루가 마냥 즐거웠습니다.
다시 그렇게 활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양궁협회에 선수 등록까지 하고, 전국 종별 선수권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소중한 영학정을 알게 된 덕분이었죠.
준비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팔 힘을 키우고, 화살을 맞추고, 거리 연습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한달 앞당겨진 대회 일정 때문에 처음 계획보다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90미터를 쏘기 위해서 급하게 활 파운드도 조정했습니다. 적응이 덜 된 클리커 사용이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모자란 힘을 어떻게든 키워보려고 새벽에도 활을 당기다가 잠자리에 들곤 했습니다.
바람이 세게 불던 날 마지막으로 장거리 바람 적응을 해볼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을까요?
그렇게 대회 날은 왔고, 3일간의 소중한 시간이 시작 되었습니다.
미리 휴가를 써놓기는 했지만 회사 일을 마무리 하느라 대회 전날도 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습니다.
대회 첫날은 공식연습이니까 부담이 적어서 다행입니다.
바쁘게 준비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이 오지 않습니다.
...zzz
어느새 아침,
선수는 푹 쉬어야 한다고 하시며 아버지께서 운전대를 잡으셨습니다.
드디어 예천으로 출발입니다.
평일의 한산한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남짓 달려서 예천에 도착했습니다. 조그만 시골 도시가 한적해 보였습니다.
예천은 양궁과 인연이 깊은 곳입니다. 세계적인 양궁 선수를 배출했다는 자부심에 지역 주민들의 양궁 사랑이 남다르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곳에서 열리는 양궁 대회들로 지역 홍보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래 저래 '양궁의 고장' 이라고 불릴 만 합니다.
유명한 '김진호' 선수의 이름을 딴 '예천 진호 국제 양궁장'에 들어섰습니다. 기대했던 대로 깔끔한 시설들과 넓은 경기장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양궁의 고장'답게 훌륭한 양궁장 입니다. 얼마 전부터 '양궁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에도 이런 시설이 있어서 '누구나 활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차를 세워두고, 먼저 도착하신 감독님과 코치님을 만났습니다.
이미 다른 선수들 몇몇이 몸을 풀기 위해서 단거리 발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들도 연습을 하기 위해 장비를 조립했습니다.
겨우내 따뜻하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바람도 세차게 불었습니다. 손까지 얼어서 몇 발 쏘고 나니 손가락이 얼얼합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바람의 방향이 하루 전 연습했던 방향과 같아서 조금은 안심했지만, 선수들은 바람이 불어도 얼마나 잘할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단거리 발사로 가볍게 몸을 풀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바쁘신 대회 일정에도 언제나처럼 친절한 도움을 주신 김미영 감독님을 만나 안내를 받았습니다.
미리 잡아두신 숙소에 짐을 풀고 푸짐한 반찬으로 맛있는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배불리 식사를 하고 나니 얼었던 몸이 조금 풀리는 듯 했습니다.
다시 오후 공식연습을 위해서 경기장으로 갔습니다. 오후 일정에 앞서서 대회 개회식이 있었습니다.
조금 지루할 수 있는 행사지만 공식적으로 대회를 시작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영학정 선수들은 다른 팀 선수들과 함께 진지하게 개회식에 임했습니다. ^_^
공식연습은 한 시간 동안 자유롭게 거리를 선택해서 조준 및 연습발사를 할 수 있습니다. 대략 한 거리당 두 세 앤드 정도씩 연습을 하면 한 시간이 됩니다.
90미터와 50미터는 정식 시합 전에도 조준발사 기회를 주기 때문에 70미터와 30미터 위주로 연습을 하면 된다고 합니다.
선수들은 경험이 많아서 연습 거리도 능숙하게 옮겨 다녔지만 영학정 선수들은 어떻게 연습을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처음에 조금 망설였습니다.
좌우로 넓은 양궁장 공간 덕분인지 90미터 표적이 영학정에서보다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90미터 거리를 처음 걱정보다는 무리 없이 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거리에서의 경험도 부족하고, 좌우 조준의 차이가 바람 때문인지 자세 때문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서 곤란을 겪었습니다.
무엇보다 팔 힘이 약하다 보니 손에 자꾸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추운 날씨에 손가락이 자꾸 아프고 릴리즈는 점점 거칠어져 갔습니다.
체력이 부족한 것이 너무도 아쉬웠지만 있는 힘껏 최선을 다 해보자는 각오를 새롭게 다졌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용을 써가며 어떻게든 안정적인 조준점을 찾기 위해 애쓰다 보니 한 시간이 금새 지나갔습니다.
다음날 시합 때는 바람이 덜 불고 추위도 풀리기를 기대하면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이제 따뜻한 방에서 화살과 깃을 점검할 시간입니다. 추운 날씨 탓에 깃이 떨어지면 장거리에서는 화살이 표적까지 날아가지도 못하게 됩니다.
집에서 새로 붙여왔던 깃 중에서 약해 보이는 깃들을 다시 깨끗하게 붙이는 작업을 해주었습니다.
또, 대회 규정상 화살의 모든 화살들의 노크와 깃 색깔이 동일해야 하고 화살에 이름을 써야 합니다. 미리 준비를 해왔지만 다시 화살을 점검하면서 상태가 좋은 화살들을 정성스럽게 골라두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대회 전날까지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새벽에 일어나 예천으로 오느라 잠이 부족했던 것이었습니다.
첫 날은 그렇게 눕자마자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드디어 시합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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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계속...입니다~